마음 잇기 (10) 썸네일형 리스트형 10장. 바람처럼 닿기를 요즘 마음이 자꾸 불안해진다. 그럴 이유가 분명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눈을 뜨면 숨이 조금 가쁘고, 어떤 날은 말없이 창밖을 보고만 있어도 이유 모를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자주 흔들리는 건, 아들들 때문이겠지.‘ 두 아들이 있다. 첫째는 조용한 성격, 묵묵히 자신을 다져가는 사람이고, 둘째는 밝고 유쾌한 에너지로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성격이다. 두 사람 모두 이제 사회 속에서 제 몫을 다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늘 염려와 도전이 함께하는 일이다. 그들의 일상이 잘 풀리길 바라며 기도한다. 잘되는 일보다 마음이 다치지 않길 더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 묻는다. ‘나는 지금 이들을 잘 믿.. 9장. 그저 마음으로, 함께 주일 아침. 나는 엄마와 조용히 옷장을 열고, 평소보다 조금 차분한 옷을 꺼낸다. 엄마는 어김없이 밝은 색의 스카프를 매며 말한다. “교회 갈 생각하니 마음이 좋아지네.” 그 말에 나는 미소를 짓는다. 특별한 일 없더라도, 이 평범한 주일의 반복은 내게 작고 조용한 행복이 된다. 누군가는 주일을 믿음의 도전이라고 느끼겠지만, 나에게 주일은 고요한 쉼표이다. 나는 지금, 엄마와 함께 교회에 다니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된 것은 제도적인 필요나 의무 때문이 아니었다. 어떤 계시나 초자연적인 경험도 아니었다. 그저 삶이 조금 복잡해지고, 마음이 조용한 공간을 필요로 할 때, 엄마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신앙의 시간은 내 안에서 아주 다른 결을 가.. 8장. 흔들림 앞의 담대함 나를 다시 교회로 이끈 건, 한 사람의 태도였다.신앙이 나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진 사람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를 움직였다. 교회의 문을 다시 열게 된 이유는 설교나 찬송이 아니라, 삶 속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담대함이었다. 그 지인을 처음 만난 건 업무 자리에서였다. 깔끔한 말투와 단정한 자세, 남에게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굳건히 지키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있었다. 그는 늘 조용히 일에 집중했고,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내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 건, 그가 신앙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그냥 그렇구나 싶었다. 요즘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고, 개인의 선택이라.. 7장.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믿음 신앙이란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만 맺어지는 조용한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교회에 발을 들일 때도, 마음속에 들뜬 고백보다는 어색한 기도, 조심스러운 찬송, 낯선 설교가 먼저였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정직하게 세우고 싶었고,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신앙은 단지 기도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란 걸. 함께 교회에 나가는 지인, 손을 맞잡고 예배에 참여하는 엄마, 주일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신앙이란 관계 속에서 더 깊어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교회는 작은 공동체였다. 함께 예배드리고,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간. 처음에는 그저 인사만 나누던 이들.. 6장. 두 마음 사이에서, 묵묵히 부활절 이후, 나는 조용히 결심했다. 매주 엄마와 함께 교회에 가겠다는 것. 그날 세례를 받고 축하 꽃다발을 받았을 때, 내 마음엔 ‘신앙을 더 내 삶 가까이에 두고 싶다’는 간절함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지인에게 이야기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데리고 갈게요. 같이 다니고 싶어요.” 지인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매주 주일 아침, 나를 데리러 와서 함께 교회에 갔던 그 일정이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웃으며 “그래요, 잘하셨어요”라고 말했다. 나름의 배려였겠지만, 그 미소 속에는 어쩐지 말하지 못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몇 주, 나는 엄마와 함께 주일 아침을 시작했다. 엄마는 전날부터 예쁜 스카프를 고르며, “교회 갈 생각하니 마음이 좋네” 하셨.. 5장. 부활절의 물결 속에서, 나를 새롭게 하다 2025년 부활절 아침, 교회에 도착하는 발걸음은 조금 특별했다. 평소와 같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향한 길이었지만, 그날은 나의 이름이 불리고, 나의 존재가 물속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 세례를 받았다. 나의 신앙 여정에 있어 이정표 같은 순간. 지난 몇 달간 마음속에서 조용히 자라온 결정이 드디어 하나의 형태를 가진 날이었다. 부활절. 세상이 다시 살아나는 날. 교회 마당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심어져 있었고, 어린이들은 분주하게 달걀 바구니를 들고 뛰놀았다. 봄 햇살은 따스했고, 예배당 안엔 경쾌하면서도 경건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그 공간 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으로,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처음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조용한 계기였다. 교회를.. 4장. 엄마와 나란히 앉은 주일 엄마는 올해로 여든셋이 되셨다. 작년부터 걷는 걸 조금 불편해하시고, 날씨가 흐리면 왼쪽 무릎이 더 욱씬거린다고 하셨다. 그러나 여전히 정갈한 손길로 밥을 짓고, 내 아이들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며 “너네 엄마 어릴 적엔…”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어느 날, 나는 갑자기 엄마께 물었다. “엄마, 교회 한번 같이 갈래요?” 의외로 엄마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내 기억 속에서 엄마는 신앙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기억의 저편, 아주 어린 시절 나는 선교원이라는 곳에 다녔다. 다섯 살, 여섯 살 무렵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좁은 책상에 앉아 예쁜 그림 성경책을 넘기고, 작은 손으로 눈을 감으며 기도를 흉내 냈었다.당시 엄마는 “착하게 살아야 해. 남 도우면서 살아야 해.”라고 .. 3장. 속삭임의 시작 나는 기도를 몰랐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릴 적 교회 다니던 친구가 밥 먹기 전 두 손을 모으던 장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절망의 끝에서 하늘을 향해 외치던 모습, 혹은 성당 앞에서 촛불을 켜고 조용히 눈을 감던 사람들. 기도는 늘 멀고 경건하고, 어딘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기도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어색했다. “그냥 생각하는 걸 말하면 되어요.” 교회 자매님이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언가 거창하고 근사해야 할 것 같았다. 조용한 예배당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서야 알게 되었다. 기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 2장. 조용한 권유, 조용한 시작 매주 일요일이면 우리는 점심을 함께 했다. 정갈한 밥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는 그 시간은 일상 속 작지만 든든한 쉼표 같았다. 오랜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 지인은 늘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다정한 눈빛과 손끝의 배려가 말보다 깊은 정서를 전해주곤 했다.그날도 그랬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앞에 두고 우리는 늘처럼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지인의 눈빛이 조금 달랐다. 익숙한 미소 속에 망설임이 어렸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넸다.“교회 같이 다녀요.”그 말 한마디에 잠시 공기가 멈춘 듯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백이었다. 평소에도 종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순간 어색함보다는 놀라움이 앞섰다. 그는 잠시 내 눈을 바라.. 1장. 문 앞에서 망설이다 1장. 문 앞에서 망설이다. 나는 평생을 무신론자도 신앙인도 아닌, 어딘가 그 사이에 존재하며 살아왔다. 특별히 종교를 부정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좋은 삶’이란 제 몫 다하며 사는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50대 중반의 문턱에 들어섰을 무렵, 내 안에 묵은 침묵 같은 허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교회를 처음 찾은 날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별다른 계기라기보다, 지인의 권유가 마침 마음에 스며든 순간이었다. 교회 앞에 서니 마음이 요동쳤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낯선 얼굴들, 그리고 ‘왜 여길 온 걸까’라는 어색한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공간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말없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