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이후, 나는 조용히 결심했다. 매주 엄마와 함께 교회에 가겠다는 것. 그날 세례를 받고 축하 꽃다발을 받았을 때, 내 마음엔 ‘신앙을 더 내 삶 가까이에 두고 싶다’는 간절함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지인에게 이야기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데리고 갈게요. 같이 다니고 싶어요.”
지인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매주 주일 아침, 나를 데리러 와서 함께 교회에 갔던 그 일정이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웃으며 “그래요, 잘하셨어요”라고 말했다. 나름의 배려였겠지만, 그 미소 속에는 어쩐지 말하지 못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몇 주, 나는 엄마와 함께 주일 아침을 시작했다. 엄마는 전날부터 예쁜 스카프를 고르며, “교회 갈 생각하니 마음이 좋네” 하셨다. 나는 그런 엄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다짐했다.
‘내가 이 시간을 지켜야겠다.’
하지만 삶은 늘 예기치 않게 흘러간다.
어느 날, 일요일에 중요한 강의 일정이 생겼다. 몇 달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이었고, 내 생업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강의를 선택했다. 엄마에게는 양해를 구했고, 교회에는 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은 안 오셨어요? 예배 끝나고 나오면서 언니 생각났어요.”
나는 죄송함과 당혹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가 먼저 교회로 나아가겠다고 이야기해놓고, 정작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날이었다. 더구나 그 지인은 그동안 나의 신앙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였고, 내게 교회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그 이후 몇 주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강의가 잡히기도 하고, 가족 일정이 생기기도 하고, 예배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다른 장소에 있었다. 마음 한편에는 미안함이 쌓여가고, 다른 한편에는 현실적인 무게가 내려앉았다.
나는 그때부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왜 신앙을 선택했는가?”
“신앙은 생업을 넘어서는가?”
“주일을 지킨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물음들 속에서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에 가는 일이 단지 의무적인 출석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한 선택이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생업은 내가 지켜야 할 삶의 기반이고, 가족과 나의 지속적인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을.
신앙을 가지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모든 것이 조화롭게 풀리는 삶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믿음으로 살면 다 해결될 것이다’라는 단순한 생각은, 오히려 더 깊은 고민을 만들어냈다. 내가 나아갈 방향, 내가 지켜야 할 시간, 그리고 내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마음.
지인은 그 이후로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연락도 줄었고, 예전처럼 다정한 손길로 다가오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나는 그 변화가 마음 아팠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했다. 내가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시간들도 있었고, 기대를 저버린 순간들도 있었으니까.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문자를 보냈다.
“요즘 강의가 많아서 교회에 못 갔어요. 마음은 늘 그곳에 있었어요. 늘 감사해요.”
지인은 짧게 답했다.
“언니 마음 알아요. 그래도… 보고 싶었어요.”
그 한 줄에, 나는 묵묵히 울었다. 누군가의 서운함을 인정하고, 누군가의 기다림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신앙 안에서 내가 배워야 할 가장 큰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나는 매주 교회에 가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예배를 놓쳤다고 해서, 믿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신앙은 건물 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매일 새롭게 키워가는 것임을.
그리고 그 신앙은 때로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 작은 틈을 메우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내가 교회에 가지 못한 날, 지인은 나를 걱정했고, 나는 그를 생각했다. 비록 얼굴은 마주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조금 더 솔직해지려 한다.
“예배 못 갔어요. 하지만 기도는 했어요.”
“오늘은 강의가 있어서 못 갔지만, 주일의 의미는 잊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마음을 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말하고 싶다.
주일을 지킨다는 건 매번 예배당에 앉아 있는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음속 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에 대한 고백이고, 삶 속에서 어떤 가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나는 아직도 그 갈등 속에 있다.
생업과 신앙 사이,
책임과 믿음 사이.
그 사이에서 흔들리고 망설이며 걷고 있다. 하지만 그 길에서도, 나는 여전히 하나님을 향해 있다. 그리고 지인의 따뜻한 문자 한 줄은, 내게 그 방향을 다시 일깨워주는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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