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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잇기

5장. 부활절의 물결 속에서, 나를 새롭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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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부활절 아침, 교회에 도착하는 발걸음은 조금 특별했다. 평소와 같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향한 길이었지만, 그날은 나의 이름이 불리고, 나의 존재가 물속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 세례를 받았다. 나의 신앙 여정에 있어 이정표 같은 순간. 지난 몇 달간 마음속에서 조용히 자라온 결정이 드디어 하나의 형태를 가진 날이었다.

 

부활절. 세상이 다시 살아나는 날. 교회 마당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심어져 있었고, 어린이들은 분주하게 달걀 바구니를 들고 뛰놀았다. 봄 햇살은 따스했고, 예배당 안엔 경쾌하면서도 경건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그 공간 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으로,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처음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조용한 계기였다. 교회를 다닌 지 몇 개월이 지나면서, 신앙이 일시적인 위안이 아니라 삶의 틈을 바꾸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예배 속에서 울리는 말들, 찬양 속에서 마음을 흔드는 가사들, 그리고 매주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나는 더 이상 문밖에 머무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세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었다. 교회에서는 세례를 신앙의 고백이자 공동체로의 입문이라고 말한다. 하나님 앞에서 내가 믿음을 택하겠다는 선언, 내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겠다는 약속. 그것은 오래된 의식처럼 보이지만, 매번 새로운 시작이었다.

 

왜 부활절에 세례를 받는 걸까.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신앙서적을 뒤적였고, 교회에서 들은 설명을 곱씹었다.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난 날이다. 기독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상징이 담긴 이 날은, ‘새 생명의 의미를 갖는다.

 

세례가 옛 자아의 죽음과 새 자아의 탄생을 뜻하는 만큼, 부활절은 그 상징이 가장 선명해지는 시간이다. 내가 물속에 잠기고 다시 나올 때, 그것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함께 나누는 고백이었다.

 

세례 예식이 시작되기 전, 나는 교회 안 작은 방에서 기도했다. 무언가 거창하게 말할 줄도 몰랐고, 내 믿음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할 수도 없었지만, 마음만은 깊고 고요했다.

 

하나님, 저는 이제 내 삶의 방향을 당신께 맡기려고 합니다.”

 

그 한 문장만으로 충분했다. 내 마음속에서 가장 진심 어린 문장이었다.

예배당 가운데 세례받을 사람들은 차례대로 자리했고,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앞으로 나갔다. 목사님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내게 물었다.

 

믿음을 고백하시겠습니까?”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대답했다.

 

,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내 성수를 담은 작은 대야가 내 머리 위로 닿았고,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마치 모든 시간이 멈춘 듯했고, 나를 감싸는 침묵 속에 묘한 울림이 들려왔다. 다시 눈을 뜬 순간, 나는 세례를 받은 사람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 문을 나서니 엄마와 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두 손 가득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봄꽃 사이로 환한 웃음이 담겨 있었다. 여든을 넘은 엄마는 그날 만큼은 소녀처럼 보였다. 지인도 조심스럽게 내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언니, 진심으로 축하해요. 오늘 참 예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축복이란 단어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내가 한 고백을 진심으로 기뻐한다는 것. 신앙은 결코 혼자의 길이 아니었다.

 

나는 그날 이후, 매일 기도의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한다.

 

그날, 하나님께 받은 약속을 지키며 살게 해주세요.”

 

사실 삶은 그날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걱정은 있고, 세상은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고, 나는 여전히 소심한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것이 있다. 나의 하루는 이제 기도 안에서 끝난다. 내가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하루의 마무리.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한 간절함이 내 안에 자리를 잡았고, 그로 인해 나는 조금 더 따뜻해졌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신앙이란 게 꼭 필요해요?”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날 내게 건네진 꽃다발과, 부활절 아침 예배당에 들려온 찬양, 그리고 물방울이 흘러내린 그 순간의 침묵을 떠올린다. 나에게는 그것이 답이기 때문이다.

 

세례를 받는다는 건, 신앙의 문을 넘는 것이다. 그리고 부활절에 받는 세례는, ‘살아가는 방식을 새로 배우는 출발선에 선다는 의미다. 내가 선택한 삶은, 이제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길이다.

 

희망과 기도, 인내와 사랑의 이름으로.

 

세례받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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