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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속삭임의 시작 나는 기도를 몰랐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릴 적 교회 다니던 친구가 밥 먹기 전 두 손을 모으던 장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절망의 끝에서 하늘을 향해 외치던 모습, 혹은 성당 앞에서 촛불을 켜고 조용히 눈을 감던 사람들. 기도는 늘 멀고 경건하고, 어딘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기도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어색했다. “그냥 생각하는 걸 말하면 되어요.” 교회 자매님이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언가 거창하고 근사해야 할 것 같았다. 조용한 예배당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서야 알게 되었다. 기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나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
2장. 조용한 권유, 조용한 시작 매주 일요일이면 우리는 점심을 함께 했다. 정갈한 밥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는 그 시간은 일상 속 작지만 든든한 쉼표 같았다. 오랜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 지인은 늘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다정한 눈빛과 손끝의 배려가 말보다 깊은 정서를 전해주곤 했다.그날도 그랬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앞에 두고 우리는 늘처럼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지인의 눈빛이 조금 달랐다. 익숙한 미소 속에 망설임이 어렸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넸다.“교회 같이 다녀요.”그 말 한마디에 잠시 공기가 멈춘 듯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백이었다. 평소에도 종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순간 어색함보다는 놀라움이 앞섰다. 그는 잠시 내 눈을 바라..
1장. 문 앞에서 망설이다 1장. 문 앞에서 망설이다. 나는 평생을 무신론자도 신앙인도 아닌, 어딘가 그 사이에 존재하며 살아왔다. 특별히 종교를 부정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저 ‘좋은 삶’이란 제 몫 다하며 사는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50대 중반의 문턱에 들어섰을 무렵, 내 안에 묵은 침묵 같은 허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교회를 처음 찾은 날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별다른 계기라기보다, 지인의 권유가 마침 마음에 스며든 순간이었다. 교회 앞에 서니 마음이 요동쳤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낯선 얼굴들, 그리고 ‘왜 여길 온 걸까’라는 어색한 물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았다. 그저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공간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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