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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그저 마음으로, 함께 주일 아침. 나는 엄마와 조용히 옷장을 열고, 평소보다 조금 차분한 옷을 꺼낸다. 엄마는 어김없이 밝은 색의 스카프를 매며 말한다. “교회 갈 생각하니 마음이 좋아지네.” 그 말에 나는 미소를 짓는다. 특별한 일 없더라도, 이 평범한 주일의 반복은 내게 작고 조용한 행복이 된다. 누군가는 주일을 믿음의 도전이라고 느끼겠지만, 나에게 주일은 고요한 쉼표이다. 나는 지금, 엄마와 함께 교회에 다니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된 것은 제도적인 필요나 의무 때문이 아니었다. 어떤 계시나 초자연적인 경험도 아니었다. 그저 삶이 조금 복잡해지고, 마음이 조용한 공간을 필요로 할 때, 엄마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신앙의 시간은 내 안에서 아주 다른 결을 가..
8장. 흔들림 앞의 담대함 나를 다시 교회로 이끈 건, 한 사람의 태도였다.신앙이 나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진 사람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나를 움직였다. 교회의 문을 다시 열게 된 이유는 설교나 찬송이 아니라, 삶 속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한 사람의 고요한 담대함이었다. 그 지인을 처음 만난 건 업무 자리에서였다. 깔끔한 말투와 단정한 자세, 남에게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굳건히 지키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있었다. 그는 늘 조용히 일에 집중했고,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내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 건, 그가 신앙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엔 그냥 그렇구나 싶었다. 요즘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고, 개인의 선택이라..
7장.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믿음 신앙이란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만 맺어지는 조용한 약속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교회에 발을 들일 때도, 마음속에 들뜬 고백보다는 어색한 기도, 조심스러운 찬송, 낯선 설교가 먼저였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를 정직하게 세우고 싶었고, 그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신앙은 단지 기도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란 걸. 함께 교회에 나가는 지인, 손을 맞잡고 예배에 참여하는 엄마, 주일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신앙이란 관계 속에서 더 깊어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교회는 작은 공동체였다. 함께 예배드리고,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간. 처음에는 그저 인사만 나누던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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