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이면 우리는 점심을 함께 했다. 정갈한 밥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는 그 시간은 일상 속 작지만 든든한 쉼표 같았다. 오랜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 지인은 늘 한결같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다정한 눈빛과 손끝의 배려가 말보다 깊은 정서를 전해주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앞에 두고 우리는 늘처럼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지인의 눈빛이 조금 달랐다. 익숙한 미소 속에 망설임이 어렸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넸다.
“교회 같이 다녀요.”
그 말 한마디에 잠시 공기가 멈춘 듯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백이었다. 평소에도 종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기에, 순간 어색함보다는 놀라움이 앞섰다. 그는 잠시 내 눈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덧붙였다.
“교회에 가면 마음이 좀 편안해요. 그래서… 한 번 같이 가볼래요?”
그 말은 용기의 결과였다. 그가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기까지 얼마나 망설였을지,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왠지 모르게 기다려왔던 말처럼 느껴졌다. 마침 나도 요즘 들어 ‘신앙’이란 것을 다시 바라보고 있었던 참이었다. 종교라는 말 앞에서 오래도록 맴돌기만 했던 마음에, 그날 갑작스레 문이 열렸다.
“그래. 같이 가보자.”
그렇게 우리는 그 주 일요일, 처음으로 함께 교회에 갔다.
처음 들어선 교회는 낯설면서도 포근했다. 사람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따뜻한 말과 눈빛이 오가는 공간은 마치 오래전 어딘가에서 본 풍경 같았다. 나를 데려간 지인은 내내 조심스러웠고, 나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소중한 걸 소개할 때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느껴졌다고 할까.
예배는 조용한 찬송과 함께 시작되었다. 가사의 뜻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다. 설교자의 말은 강요가 아니라 위로였다.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질문을 던지는 듯한 말들이 마음속을 살살 두드렸다.
그날 예배당을 나오며 우리는 말없이 걷다가, 동시에 웃었다. 익숙한 식사 자리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을, 그 공간에서는 하지 않아도 전달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후로 우리는 매주 주일 아침이면 교회에서 만났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함께 걸어가 예배에 참석하고, 가끔은 예배 후 조용한 찻집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지인의 얼굴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밝아졌고, 나 역시도 내 안의 뭔가가 천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삶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바쁘고, 아이의 고민에도 가끔은 속상하고,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다. 하지만 시선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흘러가는 것 같았던 하루들이, 이제는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들로 다가온다.
기도는 처음엔 어색했다. 무언가 거창한 언어를 써야 할 것 같았고, 남들처럼 믿음이 깊은 것도 아니고, 어쩌면 나 혼자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기도는 점점 내 안에서 자연스러운 호흡이 되었다. 가족을 떠올리며, 남편의 건강을, 아이의 앞날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는 일이 하루의 끝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신이 누구인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다 알진 못한다. 다만 내가 알게 된 건 이것이다. 기도하는 사람은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마음은 결국 주변을 바라보는 눈빛을 바꾼다는 것. 불평 대신 감사가 늘어났고, 염려 대신 작은 희망을 붙들게 되었다.
세상을 넓게 본다는 건, 대단한 식견을 갖는다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 타인의 아픔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진짜 ‘넓게 본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 지인은 아직도 매주 나에게 문자로 묻는다. “이번 주일에 함께 갈 수 있지요?” 그리고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당연하지요.”
누군가의 조용한 용기가, 누군가의 조용한 시작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신앙은 그렇게, 눈부시지 않아도 조용히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마음 잇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장. 두 마음 사이에서, 묵묵히 (0) | 2025.07.14 |
|---|---|
| 5장. 부활절의 물결 속에서, 나를 새롭게 하다 (0) | 2025.07.10 |
| 4장. 엄마와 나란히 앉은 주일 (0) | 2025.07.07 |
| 3장. 속삭임의 시작 (0) | 2025.07.04 |
| 1장. 문 앞에서 망설이다 (0) | 2025.06.29 |